해외영화
2024년 7월 6일
영화[태풍클럽] 자유를 원하지만 보살핌이 필요한 청춘들의 울부짖음 (감상노트)
주변에서 좋다는 평을 하도 들어서 기대반 궁금반으로 cgv에 "태풍클럽"을 예매하고 보러갔다. 가끔 이렇게 추천을 받은 영화는 오히려 아무런 정보 없이 보는걸 즐기던 나는 이번에도 일부러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고 극장에 향했다. 그렇게 무방비한 상태로 스크린빛으로만 가득찬 어두컴컴한 극장에서 보낸 2시간은 즐겁지만 무거운 고통이었다. 마치 거칠고 거센 태풍을…
<영화 감상 노트>
주변에서 좋다는 평을 하도 들어서 기대반 궁금반으로 cgv에 "태풍클럽"을 예매하고 보러갔다.
가끔 이렇게 추천을 받은 영화는 오히려 아무런 정보 없이 보는걸 즐기던 나는 이번에도 일부러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고 극장에 향했다.
그렇게 무방비한 상태로 스크린빛으로만 가득찬 어두컴컴한 극장에서 보낸 2시간은 즐겁지만 무거운 고통이었다.
마치 거칠고 거센 태풍을 작은 가슴에 비로소 품은 느낌이었다.
(나만의 태풍클럽해석 및 태풍클럽후기. 스포있음)
첫 시작은 유쾌하고 귀여웠다. 흥겨운 노래 소리와 함께 중학생 여학생들이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입고 신나게 춤을 추면서 작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포스터와 같이 각자 개성 넘치는 아이들이 여러 사건을 마주하는 모습으로 이 영화는 아이들을 소개한다.
수업 도중 담임 선생님에게 찾아오는 의문의 아주머니와 아저씨, 그들은 아마 선생님의 애인의 부모님인 것 같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의 멱살을 잡으며 자신의 딸을 책임지라며 버럭 화를 내는 아주머니. 그 모습에 아이들은 방치된다. 그 후 사진 속 여학생 3명은 선생님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데, 누구는 "선생님 나빴어!", 누구는 "선생님이 불쌍해."라며 같은 사건에 철저히 다른 시선을 드러낸다. 어쩌면 이 영화가 내뱉는 말들 같기도 하다.
한 집단 속 같은 상황을 마주하지만 전혀 다른 시선을 갖게 되는 우리, 그러나 주류에 편승되지 않으면 불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자연스레 주변을 인식하게 된다. 그렇게 안전함을 강구하며 자라게 된 사람들. 그래서인지 이 장면이 마냥 가볍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시선과 거침없는 목소리들이 건강해보였다.
마침 이 영화는 그 선생님의 잘못은 없었다는 걸 보여준다. 오직 관객들에게. 아이들의 오해와 저마다의 시선은 풀리지 않은채 진실은 흐릿해져 간다.
영화는 태풍이 오기 전까지 아이들 저마다의 결핍과 고통들을 보여준다.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감춘 채 또는 친구에게만 공유한 채 방황하는 아이들이다. 이런 끝없는 방황 속 아이들을 구조해줄, 다가올 태풍을 막아줄 사람이 없어 보인다. 아이들에게 제일 큰 부재는 어쩌면 어른의 부재다. 영화에선 아이들의 부모가 등장하지도 않는다. 단 한명, 술에 취해 널브러진 어느 아이의 아버지만 스쳐지나갈뿐. 이 아이들은 자유를 원하지만, 무엇보다 보살핌이 필요하다.
그렇게 무방비한 상태에서 태풍을 온몸으로 맞닥뜨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거칠게 보여준다.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이 태풍 속에서 아이들은 철저히 고립된 채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부서져 내리는 비바람에 부서져가는 스스로를 숨기고 싶어하는 그들. 차마 그들을 우리라고 부르고 싶을 용기조차 나지 않는 그저 숨고싶은 우리.
"태풍 때문에 집에 못가고 학교에 갇혀있어요. 어떡하죠?"
라는 애원 섞인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흥겹도록 무책임한 노랫소리와 선생님의 술냄새뿐이다. 그렇게 씬이 마무리 되었다면, 그저 구출받지 못하고 고립되어버린 아이들로 끝났겠지만 이 씬의 엔딩은 선생님이었다. 술에 잔뜩 취한채 전화를 끊고 비틀거리며 문을열고 태풍속으로 온몸을 내던지는 선생. 저 질문은 어쩌면 선생이 하고싶은 질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태풍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으로서 실격된 미숙한 어른마저 휘감는다.
"타다이마(다녀왔습니다)"
"오카에리(잘다녀왔니)"
이 인사말을 버릇처럼 내뱉는 아이가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건 어쩌면 이 두마디에 담겨있는 애정 한스푼이지 않을까.
"종이 먼저일까, 개가 먼저일까"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와 같은 답이 없는 질문에서 답을 찾으려는 아이 쿄이치.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보다, 답이 없는 질문이 더 많은 인생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으려는 삶의 숭고함에 대해 잠시나마 엿보게된다. 숭고한 삶은 주어져있지만, 숭고한 죽음을 위한 삶은 주어져 있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쿄이치를 희생시키며 우리의 삶을 고찰시켜준다.
삶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아이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빌려 무겁지 않게, 아니 오히려 더 무겁게 던지는 영화.
[태풍클럽]
나만의 별점 9/10!!